태평양 전쟁 후 일본에서 유행한 형사취수제 2차 대전

낮에 같이 도시락을 먹다가 들었는데, 야스조는 (전쟁 중 전사한) 형인 닷페이의 장례를 마을장으로 치르고 나서 형수 사치코와 형식 뿐인 결혼식을 올릴 거라고 한다.

"이제와서 애까지 딸린 형수를 내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형수도 나만 괜찮다면 상관 없다고 해서. 부모님이나 친척들도 제발 그렇게 해서 형수를 집에 있게 해달라고 하니까 나도 결국엔 그래야겠다 싶더라고. 형이 전사해서 유골함까지 돌아왔으니 별수 없지. 나라고 마음에 둔 여자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 한 사람만 참으면 온 집안이 평안하니까."

야스조는 이렇게 말하고는 얼굴에 박아놓은 것처럼 움푹한 눈을 한참동안 깜빡거렸다. 나는 형수와 결혼할 마음이 좀처럼 없는 야스조한테 새삼 축하한다고 하기도 뭣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나이는 사치코 쪽이 세살 위라는데, 이렇게 동생이 형수와 맺어지는 일이 요즘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양이다. 이웃 마을에서는 동생이 열살이나 위인 형수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을에서는 '역연혼'이니 '인연 고치기'니 하는데 대부분 대를 이을 아들이 전사한 집인 것 같다.

"쭉 형수, 형수 부르던 사람이 갑자기 내 마누라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대하기도 불편하고, 기분이 좀 이상해."

야스조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치코 역시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어쨌거나 역연혼도 분명 전쟁이 불러온 한가지 '불행'이다.


산산조각 난 신, 와타나베 기요시, 글항아리.
147~148페이지.

와타나베 기요시는 전함 무사시의 수병이었고 마리아나 해전, 레이테 해전 등에 참전했다. 패전 후 소집해제되어 여전히 일본의 군주로 군림하는 히로히토를 보고 분노하여 천황을 비판하는 여러 서적을 저술했다. 산산조각 난 신은 패전 직후를 다룬 그의 수기이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8/08/23 19:47 # 답글

    저걸 보면 일본 18금 상업지에서 나오는 막내가 형들의 아내를 범하는 이야기가 대체 어디서 부터 나온건지 짐작이 가는군요.....
  • 전위대 2018/08/23 21:40 #

    그건 그냥 변태짓이 아닐런지...
  • 명탐정 호성 2018/08/24 22:06 #

    그건 히토미
  • 존다리안 2018/08/23 20:05 # 답글

    한국의 경우 6.25 이후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전위대 2018/08/23 21:40 #

    한국에도 정식 결혼은 아니지만 대충 부부 비스무리하게 살았다는 증언은 있더이다...
  • ??? 2018/08/24 00:01 # 삭제

    저런식으로 일종의 한시적인 관습화 되는것은 촌락 사회가 기능하고 있고, 사람들이 거기 매여서 거부하기 힘들다는 전제가 필요한데......한국전쟁은 그런 촌락 자체가 박살난 동네가 적지 않으니까요. 개개인 레벨에서야 그런 스토리 자체는 많겠지만, 저렇게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의외로 적지 않을지. (있어도 쉬쉬하겠습니다만.)
  • 함부르거 2018/08/23 22:56 # 답글

    전쟁 같은 무력분쟁이 많은 유목민 사회에서 형사취수제가 많은 이유가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거죠.
  • 과객b 2018/08/23 23:05 # 삭제

    ㄴㄴ
  • 진냥 2018/08/23 23:23 # 답글

    역연혼 또한 전쟁의 기묘한 반향이지만, 야스조와 사치코... 그리고 닷페이의 운명은 더욱 기구한 것이 아니던가요ㅠㅠ
  • 전위대 2018/08/25 12:40 #

    흑흑...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8/24 01:20 # 답글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비극이네요. 전쟁 중, 전쟁 후의 결혼 풍경을 보면 이런 일이 많이 벌어졌을거라... '환향녀' 와 재혼 논란처럼 전쟁 후 가족 문제도 제법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전위대 2018/08/25 12:40 #

    일일히 꼽는게 불가능하겠죠.
  • 無碍子 2018/08/24 16:49 # 답글

    조카나 혼자된 형수를 부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같습니다.
  • 명탐정 호성 2018/08/24 22:06 #

    설마 첩으로 하는....(실제로 가능성이 높습니다)
  • ??? 2018/08/24 22:27 # 삭제

    아니.....첩씩이나 따로 들여 먹여살릴 형편이 되는 집이면 애초에 저런짓을 하지도 않죠. 저런건 진짜 집이 가난해서 도저히 며느리랑 손주들을 건사할 처지가 못되는 집이 살아돌아온 아들한테 덤태기를 씌우는거니까요.

    물론 개인 레벨에서야 뭔 기기묘묘한 일이 없겠습니까만, 그런거는 본문중에 나오는 것처럼 마을 단위의 일시적 관습법이 될만한 건 아닐겁니다. 좀 여유있는 마을에서 전후에 남자가 모자라고 어디서 수입해올데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마을 차원에서 귀향한 젊은이들에게 축첩을 요구했다든가 하는 일이 설령 있었다고 해도......그런건 조용히 입다물고 넘어갔겠죠.
  • 전위대 2018/08/25 12:40 #

    '가장 현명'인지는...?
  • RuBisCO 2018/08/25 14:39 # 답글

    한국도 비슷하게 골아픈게 옛날 제적등본 디비보면 이게 아침드라마 뺨치는 것들도 즐비하게 나옵니다. 당연히 상속소송때 서로 꽈배기처럼 꼬이고 난장판이 되버리는게 일상
  • KittyHawk 2018/08/26 22:52 # 답글

    전쟁이 결국 모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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