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파울루스와 스탈린의 장남을 바꾸려고 했는가? 2차 대전

1941년 7월, 비텝스크에서 포로로 잡힌 야코프 주가시빌리 포병대위.


굉장히 유명한 일화.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프리드리히 파울루스가 소련군 포로로 잡히자 히틀러가 1941년에 포로로 잡혔던 스탈린의 장남 야코프 주가시빌리 대위와 파울루스를 바꾸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스탈린은 일개 대위와 원수를 바꾸는 미친놈은 없다고 깠다는 것인데... (좆좆위키에서는 덤으로 파울루스를 자기 손으로 총살하기 위해서 히틀러가 이런 제안을 했다고?)

로버트 서비스의 스탈린 평전와 같이 유명한 관련 서적에서 한번쯤은 사실로 언급되는 일화다. 이 일화의 출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서비스는 특별히 주석을 달지 않았고 비버는 교환 제의를 언급하지 않고 그저 스탈린이 아들을 외면했다 정도로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1차 사료는 한가지 있다. 스베틀라나 알릴루예바의 회고록이다.


1943년에서 44년에 걸친 겨울에, 스탈린그라드의 싸움 뒤였는데 당시 좀처럼 없었던 아버지와 만난 기회에 갑자기 아버지가 말한 일이 있다.
"독일군은 야샤와 자기네의 누군가를 교환하자고 제안해왔는데 말야... 내가 놈들과 거래 따위를 할 수야 있나! 아니, 전쟁이라면 끝까지 전쟁으로 버티는거야." 
아버지는 흥분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조급한 어조에서 짐작되었다. 그리고 그뿐으로 그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의 손에 루즈벨트와의 왕복 서한의 일절인듯한 무슨 영문으로 된 문서를 쥐어주면서 말했다.
"어떠냐, 번역해보지 않겠니? 영어 공부를 상당히 한 모양인데. 번역할 수 있겠니?"
내가 번역해서 들려주니까 아버지는 놀란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것으로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알현'은 끝났다. 
나의 아버지 스탈린, 스베틀라나 알릴루예바, 일신서적출판사, 199페이지.


이것이 원전인지 로버트 서비스의 스탈린 평전에서도 '독일측의 누군가'와 야코프를 교환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스탈린이 씹었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지 파울루스를 콕 집어서 교환하자고 했다는 얘기는 없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히틀러의 조카 레오 라우발과 교환하자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레크 흘레브뉴크 교수는 이 일화에 대해 근거 없음이라고 일축한다.


바실리와 달리 특별 보호를 받지 못했던 야코프가 개전 초기에 독일군 포로로 잡혔다. (...) 스탈린이 야코프와 어떤 독일 장군(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파울루스이다.)의 포로 교환을 제의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 증거는 없으며, 히틀러의 지도부가 어떤 동기에서 이런 교환을 추진했을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이야기엔 신빙성이 없다. 
스탈린 평전, 올레크 흘레브뉴크, 삼인, 438~439페이지.

서비스의 스탈린 평전에서 히틀러가 교환에 개입했다는 언급이 있기 때문에 이언 커쇼의 히틀러 평전을 뒤적여봤지만 야코프 주가비실리, 야코프 스탈린이라는 주석이 없어서 바르바로사 작전과 스탈린그라드 전투 부분만 뒤져봤는데 관련 내용을 찾는데 실패했다. 나중에 글랜츠의 독소전쟁사와 오버리의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쟁 등도 더 뒤져봐야할 듯.

1943년 1월, 스탈린그라드에서 항복한 프리드리히 파울루수 육군원수.

3줄 요약.

1. 히틀러가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와 독일 포로를 바꾸자 했다 카더라.

2. 근데 증거가 없다.

3. 더 찾아봐야겠다.

덧글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8/24 01:24 # 답글

    야코프 교환설이 스베틀라나 같은 스탈린의 딸의 기록, 서비스 평전에 나와있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흘레브뉴크는 없다고 딱 말하고, 커쇼 평전도 나오지 않으니... 음, 틀리든 맞든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의 스탈린 평전에 오류가 많아지는걸 느낍니다. 6만 3천원에 구한 서비스의 스탈린 평전을 어떻게 할까? 싶네요. 그래도 여전히 가치는 풍부하죠?
  • 전위대 2018/08/24 13:35 #

    서비스는 스베틀라나의 회고록에서 간단히 인용한 정도가 아닐런지.

    여튼 스탈린 공부에는 뺴놓을 수 없는 귀중한 저서죠. 코트킨의 스탈린 평전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일이 한동안은 없어 뵈니 -ㅅ-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8/24 17:13 #

    저번에 위대한 우랄 산맥의 영어책을 구매하신걸 봤는데, 영어책이지만 구매하면 좋은 가치를 지닌 책이죠? XX위키에선 위대한 우랄 산맥 저자가 스탈린의 철도 시리즈도 저술했던데...

    코트킨의 스탈린 평전은 몇 년, 10년 후 나오겠죠(이것도 좋은 평전이라 들었습니다). 위대한 우랄 산맥과 스탈린의 철도 시리즈도요...
  • 전위대 2018/08/25 12:47 #

    그 대목 제가 썼습니다.(아마도)

    아치 게티의 수정주의 책들이 들어오면 좋겠다 싶은데 요원하군요.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8/25 14:39 #

    찾아보니까 그 대목이 있더군요. 귀중한 걸 찾은 기쁨에 제가 너무 오버한 댓글도 있네요...

    뭐, 언젠간 나오겠죠. 흘레브뉴크와 젊은 스탈린이 나온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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