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은 애치슨 라인 때문에 김일성의 남침을 지원한 것인가? 소련사

대만과 한반도를 미국의 안전보장선에서 제외한다는 애치슨 라인이 발표되자, 소련은 미국이 한반도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오판하여 김일성의 침략전쟁을 승인해주었다는 것은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되는 일이다. 하지만 근래의 연구들은 스탈린이 애치슨 라인에 대해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관련해 데이비드 쑤이 박사의 연구를 인용한다.


김일성의 남침 제안에 대한 스탈린의 입장을 바꾸게 한 것은 바로 국제적 상황의 변화였다. 그러면 스탈린이 말하는 '국제적 상황의 변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웨더스비는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계산이 소련의 의사 결정에 핵심적 요인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김일성의 남침 제안에 대한 스탈린의 승인 시기 -1950년 1월 말-는 같은해 1월 12일 애치슨이 발표한 태평양에서의 미국의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시킨다는 새로운 국방정책에 대한 반응임에 틀림없다.

웨더스비의 주장은 과연 정확할까? 소련의 자료는 애치슨의 발언에 관련된 김일성, 모택동과 스탈린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아무런 기술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애치슨의 발언에 대한 스탈린의 진의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

화이팅이 지적한 바, 1946년 이란 사태와 1948~1949년 베를린 사태에서 군사력 사용을 불사하는 워싱턴의 자세가 모스크바로 하여금 군사적 시도를 단념켰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스탈린이 애치슨의 발언을 진심이라 받아들였다고 믿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로도 스탈린이 애치슨 발언만으로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승인을 결정한다는 견해에는 반대한다. 스탈린은 노련한 전략가로서 미국이 아마도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이 대규모 군사력을 한반도에 파병시키기 전에 북한군이 한반도 남부를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이것이 실패할 경우에는 이로 인한 미국과 소련 사이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택동이 이 사태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모택동이 이 구상에 동의하도록 이미 성공적으로 설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6.25전쟁 참전, 데이비드 쑤이 박사학위 논문,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여담

1. 그러니까, 애치슨 라인 때문에 스탈린이 남침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웨더스비 등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유추'이지 문서적인 직접 증거가 없다.

2. 곤차로프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애치슨 라인이 발표된 지 한참 후인 1950년 4월 시점에서도 스탈린은 "미국은 결코 남한에서 쫓겨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대국의 위신을 잃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곤차로프 교수는 오히려 스탈린은 애치슨 선언에 대해서 스탈린이 가진 낙관은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거리를 넒혀버릴 수 있는 데에 있었다고 지적한다.

3. 여러번 언급했던 사실이지만 스탈린은 만약 김일성의 코피가 터져도 자신은 도울 생각이 없으니 마오쩌둥에게 가라고 김일성에게 분명히 못박았다. 스탈린은 대국의 자존심을 내세워 미국과 맞서고 싶었지만 막강한 미국과 군사적으로 직접 대결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순간에서 결정적으로 회피하였다.

덧글

  • 파파라치 2018/08/10 10:09 # 답글

    스탈린은 미국이 개입을 하든 안하든 자신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보고 남침을 승인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 개입을 안하거나 때를 놓쳐서 북한이 남한을 집어삼키면 그 자체로 좋은 일이고, 미국이 개입해도 중국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면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과 미국이 동시에 한반도에서 힘을 소모하게 되므로 역시 나쁘지 않은 결과일 테니까요.
  • 레이오트 2018/08/10 12:06 # 답글

    유럽에서의 힘의 균형 때문에 북한의 남침을 윤허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네요.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8/11 08:53 # 답글

    스탈린으로서 자기한테 피해는 없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갈등을 피할 명분을 확보했고(북한), 잘하면 북한이 남한을 점령할 것 같았고, 중국을 동원해 중국과 서방 관계 갈라놓을 겸 중국 견제까지... '이이제이' 처럼 여겼나 싶겠네요.
  • 명탐정 호성 2018/08/16 20:12 # 답글

    저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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