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선 지식인이 지적한 일제강점기 조선의 마약 중독문제 기타 근현대사

지금 조선에는 모르핀 중독자가 매우 많다. 의사가 확언하는 바에 따르면 경기도 이남 지역만도 그 수가 1만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모르핀은 아편에서 정제한 것으로 그것을 주사하는 것이다. 그 작용은 아편연 흡식과 전혀 차이가 없다. 요컨대 오늘날 조선에 모르핀 중독자가 1만명 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편연 상습흡식자가 1만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아편연 때문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누군가 알고 있는 바이다. 중국은 그로 인해 아편전쟁을 치렀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편연의 병고로부터 중국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따. 아편연은 중국민족의 발전에 거대한 장애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병독이 검은 손을 뻗쳐 조선을 옥죄고 있다.

(...)

따라서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법률상의 교정이다. 조선형사령에 따라 조선에서도 일본의 형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형법 가운데 아편연에 관한 형벌을 보면 실로 삼엄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즉 아편연을 수입,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만약 판매 목적으로 그것을 소지한 자는 6개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아편연을 흡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밖에 상세한 규정을 두어, 미수죄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다이쇼 3년(1914년) 9월 21일 조선총독부 훈령 제51호에는, 불평하는 자가 있을 때는 형법의 조항에 비추어 가차없이 검거하여 단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르핀 주사의 경우 전적으로 아편연의 흡식과 동등한 폐해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특별한 입법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 즉 다이쇼 3년 10월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 훈령 갑 제49호에는

"지난달 21일 조선총독부 훈령 제51호에 따라 지금부터 아편흡식은 반드시 금지조치를 집행해야 하고 되도록이면 한층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 아편연 흡식의 폐풍을 근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모르핀, 코카인 주사는 아편연 흡식의 대용으로 사람의 신체에 미치는 해독이 아편연 흡식과 감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므로 종래 비밀리에 주사를 맞는 자가 적지 않았으므로 아편연 흡식을 금지한 결과 자연히 모르핀이나 코카인 주사로 옮겨갈 열며가 없지 않다."

라고 함으로써 모르핀 주사의 폐해와 머지않아 그것이 조선사회로 내습할 것을 명료하게 간파하였다.

그런데 그 단속법으로는 겨우 약품 및 약품영역 잔속령 제7조의 시행에 힘쓰도록 하였다. 그에 따르면 불법으로 모르핀을 판매공급한 자에게는 3개월 이하의 금고 또는 500엔 이하의 벌금이라는 제재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모르핀을 주사한 자에 대해서는 어떤고 하니, 조선의 법령에는 그것을 처벌하는 규저잉 존재하지 않는다. 강하게 요구할 경우, 경찰범 처벌규칙 제11조 제32호의 운용이라도 기대할까? 즉 경찰관에서 특별히 지시, 또는 명령한 사항을 위반한 자는 구류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실을 통해 동일한 사회악에 대해서도 법률상의 제제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아편연을 허가없이 판매공급한 자는 6개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모르핀을 멋대로 판매공급한 자는 3개월 이하의 금고, 또는 500엔 이하의 벌금, 아편연을 흡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모르핀을 주사한 자는 무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르핀 중독자는 현재 1만명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모르핀 주산느 아편연 흡식에 비해 매우 간편하다.

"로마법을 통해 로마법 위로", "현대를 통해 현대의 위에"라는 말로 조선의 당국자에 강요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절박한 이 모르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법수단을 요구하는 것은 누구도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의 당국자는 설마 그 단속을 관대하게 하여 선정을 과시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선의 모르핀 문제>, 김준연, 중앙법률신보 1권 9호, 1921년 6월자.

아편제국 일본, 구라하시 마사나오, 지식산업사.
166~167페이지에서 재인용.

여담

1. 김준연은 도쿄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엘리트로 독일에 유학했다가 귀국 후 신문기자를 하다가 공산당원이 되었다. 1934년 동아일보 주필이 되었으며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동아일보에서 사직했다. 위의 글은 도쿄제국대학 정치학연구실 조교 근무 시절 일본어로 쓴 글이다.

2. 일본 내무성 위생국은 공식적으로 조선의 마약중독자는 1922년 시점에서 157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명백한 조작으로 추정된다. 당장 1927년 도쿄에 거주하던 4만명의 조선인 중에서 마약중독자가 3000명으로 집계되었으며 모르핀 중독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도에서 모르핀 주사바늘 수천개가 판매되고 있었다.

3. 1928년 기쿠치 유지는 당국의 조작 통계를 비판하며 최소 7만명, 최대 10만명의 중독자가 있다고 추산하였다. 책의 저자 구라하시 마사나오는 70만명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꽤 잊혀졌지만 사실 일정~1공 시기 사이 마약중독자는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비...

덧글

  • 無碍子 2018/07/31 17:18 # 답글

    소문에의하면 아편전매수입이 조선총독부 수입중에 포함된다더군요.
  • 전위대 2018/07/31 20:17 #

    조선총독부는 1930년에 국영 모르핀 공장을 제작해서 많이 팔아먹었습니다. 애초에 조선의 모르핀 유행은 1차 세계대전의 악성재고 떨이처분이 시초였죠.
  • 1111 2018/07/31 17:23 # 삭제 답글

    야인시대 2부에서 우미관 패거리가 마약 밀매할려다가 조병옥에게 참교육당한 에피소드가 완전 작가의 창작은 아니었군요.
  • 전위대 2018/07/31 20:16 #

    그렇지요.
  • 도연초 2018/07/31 18:38 # 답글

    김구의 백범일지만 읽어봐도 아편쟁이 이야기가 나오니...

    구한말 때도 선교사 등등이 술에 취해 길바닥에 퍼질러 있던 조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술 대신 아편을 택한 작자들이 꽤나 있었던 모양입니다.
  • 전위대 2018/07/31 20:17 #

    먹고 살기 팍팍한데 마약으로 접어드는 일은 사실 놀랍지 않죠.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7/31 20:00 # 답글

    아편을 이용해 짭짤한 수익을 벌어들인 영국. 아편으로 인해 무너진(많은 이유가 있지만) 청나라. 담배, 아편쟁이, 술중독자, 노름꾼 등. 아편전쟁 과정에서 영국이 수익 창출 목적으로 아편을 중국에 팔아넘겨 청나라를 아편굴로 만들어버렸듯이, 일본과 조선을 아편(마약)중독 문제에 시달리게 했다라... 제국주의 국가의 민낯 중 하나군요.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 국가들에 싸질러놓은 아편, 손목 자르기 외에 더 남긴 것들을 찾아봐야 겠네요. 매춘, 에이즈, 인종과 종교 갈등. 셀 수 없이 많네요, 많아요.
  • 전위대 2018/07/31 20:18 #

    조선의 마약 중독 문제는 사실 일본이 정책적으로 조장한 것입니다. -ㅅ- 중국에 팔아먹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아편을 재배하는가 하면 모르핀 재고를 조선에 떨이처분.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07/31 21:02 #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 제국주의. 수탈, 아편 말고도 뭐가 더 있으려나 싶네요...
  • SUPERSONIC 2018/07/31 21:43 # 답글

    적어도 마약이 매우 드물다는 건 한국의 자랑거리라
    생각합니다

    단 대마초까지 마약으로 취급하는 건 잘못이죠
  • 진냥 2018/08/01 03:01 # 답글

    가네코 후미코를 양녀로 들이려고 했던 이와시타 집안도, 조선에서는 유지 행세를 했지만 일본의 친척들은 아편 장사로 돈 벌었다고 뒷담했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실상을 알 도리 없지만 '조선에서 돈 번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이 일본에서조차 이럴 정도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마약 장사를 돈 버는 짓을 만주사변 이후 만주에 진출한 조선인들도 답습했다는 서술도 본 기억이 있네요.
  • 명탐정 호성 2018/08/05 01:09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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