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은 왜 침략전쟁을 일으켰는가? 전체주의 연구

1930년대 등장한 독일 나치즘과 일본 파시즘, 그리고 이들이 일으킨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먼저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첫째, 전전 일본에서 파시즘 등장과 군국주의적 전쟁의 원인을 특정 '악의 세력' 즉 전전 일본 군부의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접근법에 따르면, 1930년대 이후 군부가 전체적인 국가이익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편협한 조직이익을 추구하여 쿠데타와 정치 테러로 정치권력을 장악하였고, 나아가 일본국민의 일반의사와 상관없이 무모한 전쟁들을 일으켜 일본 사회 전체를 패망의 길로 이끌고 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서는 그 당시 일본 군부의 우월감, 독단주의, 비이성, 무모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 군부에게 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돌림으로써, 전전 "대동아전쟁"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일본사회의 전체-천황, 민간 정치지도자, 여론형성 지도층, 재벌, 지식인,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책임을 매우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강좌학파와 노농학파로 구성되어 있는 일본 내 좌파적 진보학자들은 전전 일본의 파시즘과 군국주의 전쟁의 원인을 일본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에 있어서 지배연합 세력들 -메이지 원로, 군부, 재벌-의 공모에서 찾고 있다. 이들의 논의에 따르면, 전전 일본 지배 엘리트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의 새로운 상품시장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외팽창적 군국주의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좌파적 분석 역시 사회계급구조적 결정론에 빠져 전쟁에 책임이 있는 개인들, 그리고 일반 국민의 책임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셋째, 일본 파시즘의 군국주의 전쟁의 선택은 그 당시 주어진 국제정치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당시 약육강식의 국제정치의 특성, 즉 노골적인 권력정치가 난무하는 제국주의적 국제구조 하에서 일본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독립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제국주의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1930년대 중국의 민족주의적 저항을 견제하고, 서구에 만연한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새로운 아시아질서 창출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 약육강식의 현실주의적 국제정치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군국주의적 정책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열광의 정치: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 박한규, 대한정치화회보 15집 3호.
3~4페이지.

3줄 요약과 개인 감상.

1. 사실 일반 국민들은 생각이 없는데 이게 다 군부가 미쳐서 날뛴 것이다. ←네, 다음 책임회피.

↑내가 주워듣기론, 일반 일본인들에게는 이런 관점이 많다. 일본인들은 자기 자신을 급진화된 군부 독재의 탄압과 억압으로 강제로 전쟁에 동원된 피해자로 인식하며 1945년의 패전은 단순히 일본의 패망이 아니라 군부 독재에 억압받던 일본인들의 해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피해자로 인식하며 둘다 1945년을 계기로 해방되었다고 본다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런 관점에 대해서 전혀 동감안하지 싶다.

2. 지배 세력들이 자본주의 침략을 추구한거다. ←네, 다음 기승전 자본주의.

↑어찌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생각나기도 한데, 일단 자본주의가 전개되면 제국주의로 갈수밖에 없다는 레닌의 주장이야 지금이야 개소리로 밝혀지긴 했지만 자본주의 세력을 위시로 기존 보수 세력이 파시즘 세력의 집권에 공산당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일조를 해온 것 역시 사실이며 학술적으로 개소리라 하더라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좀 별개라 하겠다. 어쨌거나 논문에서 지적하듯이 과학적 운운하면서 개인의 영향력을 무시한다거나 하는 짓은 배제해야지만.

3. 그때는 다 그랬어~!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것도 위와 비슷하게 실제로는 개소리라 하더라도 당대 놈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좀 다르게 다가오긴 한다. 실제로 따지자면 이미 20세기에는 더 이상 무력을 외교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자고 결의하는 등 엄연히 과거와는 다르게 국가주권 중시와 평화의 길로 세계가 접어들고 있었고 일본과 나치는 그 길을 걷어차고 지들만 살겠다고 미쳐 날뛴 케이스이긴 한데 파시즘이든 볼셰비즘이든 자기네 독자적 세계관으로 똘똘 뭉쳐 망상하는 놈들에게 그런 현실은 애초에 다가오질 않으니까.

덧글

  • RuBisCO 2017/12/07 18:21 # 답글

    일탈행위라고 일축하는건 다이쇼 데모크라시 붕괴과정과 그 근간이 되는 일제의 성립과정은 싹 다 무시해야 나올 수 있는 결론인데 말이죠.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12/07 18:58 # 답글

    1. 중일전쟁 직전의 일본의 생활상은 중국인을 증오하라! 죽여라! 백 명의 중국인을 죽여야 좋다는 식으로 교육을 시켰죠. 학교 교육, 운동회, 행사 등. 중국인과 관련한 부분에서 학생들을 세뇌시킵니다. 중국인들을 죽여야 한다고요. 군부가 미쳐날뛰었다, 자본주의 세력 침투, 그때는 다 그랬다? 그것들은 아니고. 중일전쟁은 어차피 터질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20년대~30년대 일본은 어려웠던건 맞지만 전쟁이 터진다면 좋아지겠지란 인식이 강했던것도 사실이죠. 왜 풍자 만화로 보는 근대 일본 책에서 전후 처리 풍자에서 고개를 숙인 일본인들이 원형으로 돌고돌아 다 남탓만 하는 손짓을 한 풍자화가 나온지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2.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 평전이 나왔습니다. 이번달에 나왔습니다! 2001년 판인지, 개정판인지 미심쩍어서 지켜보고는 있긴 한데... 이럴거면 레닌 평전을 뭐하러 나오게 했다가 절판시켰냐. 씁! 큭! 픕! 내 2만 3천원! 키익! ㅠㅠ.... 알베르트 슈페어 책도 나왔네요. 이미 구매하셨겠지만요.
  • 키키 2017/12/07 19:02 # 답글

    아무래도 3번째가 주요원인 아닐런지요? 다이쇼 데모크라시 때에도, 일본은 귀축영미에 대항해서 나름의 생존권을 넓혀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을 정도니.. 워싱턴 군축이니 뭐니 해도 결국은 서구를 비롯해서 일본도 나름대로 짱돌 굴리던 시기..
  • 산마로 2017/12/10 22:41 # 삭제

    그러니까 일본 국민들도 전쟁 책임이 있는 겁니다. 3번째처럼 생각한 거 자체가 파시즘의 특징에 지나지 않아요.
  • 까마귀옹 2017/12/07 20:12 # 답글

    저도 3번, 정확히는 약간 변형된 형태라고 봅니다. 저는 멀리 잡아서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란 나라가 전쟁을 해서 배상금과 영토를 확보하지 않으면 제국주의 열강이란 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체제가 되어버렸다고 판단합니다.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간에 말입니다.

    러일전쟁의 승리가 장기적으로는 일본을 파멸시켰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기존의 한반도 영유권 인정, 남사할린 확보, 만철 권리 확보 외에는 제대로 얻은게 없습니다. 그나마 1차 세계대전 때의 호황으로 불만을 누를 수 있긴 했지만 곧 대공황이 터지고, 이후는 아시는대로죠.
  • 산마로 2017/12/10 22:39 # 삭제

    열강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는데 무슨 헛소리. 그리고 러일전쟁에서 그거 얻은 것도 일본에게 과분한 거였음.
  • 무지개빛 미카 2017/12/07 21:14 # 답글

    어찌보면 대일본제국이라 했던 시절, 이미 일본은 내부의 산적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밖에서 잘하는 것을 들이밀던 점이 많았고, 결국 그게 지금의 일본의 역사중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당시 일본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한 소수의 의견이나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방식이 이지매나 각종 폭력, 구타, 집단에서의 차별등으로 없애버리고 그저 오로지 밖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인간 사고적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나는 것이 죽음을 미화하고, 패배한 전투를 승전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급기야 텐노를 위해서라면 죽는게 일본인의 의무라는 미친 소리에 다 함께 찬동한 당시 대일본 제국의 일본인들의 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껍니다.

    그러고 보니 NHK에서 태평양전쟁관련 영상물을 만들었을 때,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납니다.

    "일본인들은 집단에 소속되어 거기에서 안정과 평온을 찾는 습성이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 재벌, 기업, 경찰등 일본의 집단들은 과거 일본의 군대하고 완전히 다르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입니다.
  • teese 2017/12/07 21:14 # 답글

    유학중에 격은 느낌으론 3>2>1 순으로 많았습니다.
    사실1번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2번은 대공황으로 인해 일본도 중산층붕괴하고 일부 재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파시즘으로 흘렸다...고 대학 경제역사 수업에서 두세줄 적어놓는 정도.
    방송이나 정치인 인식은 3번을 강하게 미는 형상이고 전쟁범죄 이야기 나오면 '아아 전쟁은 왜 이리 슬픈일이 많이 생기나요, 이게 다 전쟁이 나빠요' 로 빨리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분위기.

    최소한 '당시 정부와 군부의 욕심과 실책으로 국민들이 전쟁으로 내몰려서 큰 비극이 일어났다' 는 정도의 다소 온건한 정부 비판은 존재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 SUPERSONIC 2017/12/07 21:22 # 답글

    1번에 대한 하드카운터로 커티스 르메이의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 를 시전해야겠군요
  • 도연초 2017/12/07 23:57 # 답글

    육군은 폭력범, 해군은 지능범이라는 전 일본군 군령부 소속 간부의 말대로 전쟁 책임을 진 군부조차 육군이 몽땅 뒤집어썼다는게 진실... 그래서 전후 일본인의 인식상 해군은 그나마 고결(지랄하네)했다는 해군선옥론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 존다리안 2017/12/08 20:32 # 답글

    북조선 인민공화국... 일제 보면 딱 그 생각 들더군요.
  • 명탐정 호성 2017/12/10 12:52 # 답글

    큰일이군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