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소련의 화폐개혁은 성공적이었나? 소련사

동시대 미국은 그렇게 평가하는 모양인데, 적어도 내부 문서고들을 연구한 올레크 흘레브뉴크는 이에 대해 회의적. 요즘들어 의욕도 없고 건강 상태의 악화도 심각하여 포인트만 잡아서 음슴체로 정리하겠으니 양해바람.

1. 재무 인민위원 아르세니 즈베레프는 소련의 화폐개혁은 1938년부터 기획되었던 것이라고 회고.

2. 1943년에 종전 이후 화폐개혁을 단행하기로 최종 결정. 원래 1946년 시행 계획이었으나 기근 때문에 연기.

3. 1947년 12월 13일 정치국 회의에서 화폐 개혁과 배급표 폐지를 승인. 개혁은 12월 14일 6시 라디오와 12월 15일 신문을 통해 발표. 12월 14일~15일 사이에 저축 대부분이 소련 정부에게 강탈됨.

4. 이 조치는 공식적으로 '대량의 현금을 축적한 투기분자'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발표되었고 이 때문에 인민들은 이를 '대단히' 환영했음.

5.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는 반대로 1947년 11월에 47년도의 하반기 월급과 연금이 조기 지급된 것 때문에 부유층들은 이 개혁을 대개 눈치를 까버렸고 1947년 11월 29일 내부무 장관 세르게이 크루글로프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모든 상점에서 사재기가, 모든 은행에서 예금 인출을 원하는 인파가 터져나간다고 보고. 10년치 연봉보다도 비싼 가구들까지 모조리 다 팔려나가고 은행과 백화점에서는 새벽부터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림. 크루글로프는 내부 수리와 재고 조사를 명목으로 상점들을 닫을 것을 지시했지만 이미 모든 재고가 소진되어버린 상점들도 있었음.

6. 크루글로프의 12월 2일자 보고는 소비재, 공산품, 식품을 비롯한 모든 상품들에 대한 소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쓰고 있음. 일부 지역에서는 피아노 판매가 275배나 증가. 이 때문에 공산품과 식재료들에 대해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짐.

7. 뒤를 이은 내무부 보고에서는 소액 계좌들에는 페널티가 없다는 것을 노려서 거액의 예금을 입금했던 사람들이 예금을 해지하여 다수의 소액 계좌로 분산했다고 기록하고 있음. 하지만 스탈린은 개혁에 대한 반감을 우려하여 이를 제재하지 않음.

8. 1948년 1월 3일 즈베레프의 보고는 소련 정부의 입장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웠음. 47년 12월 1일 기준으로 590억 루블이었던 통화량은 48년 1월 40억 루블로 감소했으나 빵값은 20%, 고기값은 12%만 하락함으로 소련 정부의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음. 오히려 의류는 11%, 모직물은 27% 상승하였음.

9. 스탈린은 도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식량과 공산품을 우선적으로 대도시에 공급할 것을 지시했음. 하지만 형편없어진 소련의 생산력 때문에 대도시에서도 물자 공급이 크게 제한되었음. 블라디슬라프 주보크는 1937년의 생활 수준조차 이미 회복하기에는 아득해진 것처럼 보였다고 표현.

10. 흘레브뉴크는 화폐개혁의 최대 피해자는 집단농장의 농민들이었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목표로 삼은 기존의 부유한 계층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높은 봉급과 대체 수입원, 화폐 개혁 이전의 물품 교환으로 피해를 가장 적게 본 계층이라고 평가하고 있음. 특히 노멘클라투라들은 오히려 사치품을 미리 쟁여놓았다가 되팔아 이익을 봄. 소련 정부는 1947년 12월 3천 명의 소매상들을 체포했는데 900명이 당원이고 1100명이 상점 관리원이었음. 이후 48년까지 체포가 이어졌으나 극히 일부만을 단속했을 뿐이었음.

11. 48년이 넘어서면서 전쟁의 가장 치명적인 피해는 회복되었으나 도널드 필처는 이를 '희미한 회복'이라고 표현함. 흘레브뉴크는 농민과 노동자들을 극한까지 쥐어짜는 스탈린의 정책 때문에 스탈린의 소련에서 인민들은 그저 '기본적인 수요'만 충족하는 것이 가능했을 뿐이라고 결론 짓고 있음.

12. 이에 보충되는 주보크의 지표에 대해서는 과거 포스팅한적이 있음.
http://dk01337.egloos.com/4393247

참고문헌
스탈린, 올레크 흘레브뉴크, 삼인.
실패한 제국 1권, 블라디슬라프 주보크, 아카넷.

덧글

  • 네리아리 2017/11/12 21:34 # 답글

    6. 크루글로프의 12월 2일자 보고는 소비재, 공산품, 식품을 비롯한 모든 상품들에 대한 소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쓰고 있음. 일부 지역에서는 피아노 판매가 275배나 증가. 이 때문에 공산품과 식재료들에 대해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짐.

    지금도 400-500만원 하는 피아노의 판매가 275%나 증가했다니 맙소사.
  • KittyHawk 2017/11/12 21:37 # 답글

    결국 소련도 돈 앞에서는...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11/12 21:53 # 답글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돈 앞에서는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벗어날수 없다. 블랙 코미디이자 화폐개혁을 한 정치인들은 반드시 봐야할 대목이네요. 화폐개혁을 한 국가들(한국, 인도 등)도 당장의 피해를 입었지만 해야 할 동기와 효과를 보긴 봐서요.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은... 혼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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