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은 반유대주의자인가? 소련사

출판된 그의 저작에서 그가 반유대주의자임을 말해주는 뚜렷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 전에 그가 유대인은 민족이 아니라고 말한 게 근거가 되었을 뿐이며, 그가 특별히 유대인을 배척하려고 민족이라는 것을 엄격하게 정의하려 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는 10월혁명 뒤에 유대인이 문화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기를 거부하지도 않았고, 사실 그의 민족 문제 인민위원부에서는 유대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집단에 돈과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1920년대에 그의 지지자들이 트로츠키와 카메네프, 지노비예프와 싸우면서 반유대주의적인 주제를 부각시켰다는 비난도 그를 반유대주의자로 모는 데 한몫했다. 그는 딸이 유대인 영화 제작자인 알렉세이 카플레르와 사귀는 것도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이 당내 분규에서 반유대주의 정서를 이용했다고 그를 반유대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가 아버지로서 스베틀라나가 중년의 바람둥이 카플레르와 사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아주 많았다.

그가 '뿌리 없는 세계시민주의'를 격렬히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를 유대인 혐오자라고 할 수도 없다. 스타린은 소련 안에서 외국의 국민과 민족성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공격적으로 대했다. 이런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 그리스인과 폴란드인, 한국인이 그의 손에 고통을 받았다.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공격은 1947년에 소련과 미국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뚜렷하게 유대인을 겨냥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얼마 안되어 변했다. 이스라엘이 국가로 건설된 뒤인 1947년 9월에 2만 명의 유대인이 모스크바에 있는 시나고그에서 골다 메이어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 일이 스탈린의 분노를 샀고, 이때부터 그가 유대인을 파괴분자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년에 그가 한 몇몇 사적인 발언과 공적인 행동에서 유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반감이 엿보이기는 했어도 그의 동기는 비이성적인 편견보다는 현실 정책에 있었다.

그런데도 유대인인 베리아와 카가노비치는 지도자의 반유대주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분명히 카가노비치는 때때로 불편해했다. 스탈린의 측근들은 농담을 아주 거칠게 했다. 하루는 스탈린이 물었다.

"우리가 유대인을 비웃을 때 당신은 왜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지? 미코얀을 봐. 미코얀은 우리가 아르메니아인을 비웃을 때 자기도 함께 비웃잖아."

카가노비치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탈린 동지, 민족 정서와 성격에 대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유대인의 성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대인은 자주 몰매를 맞아 미모사처럼 반응한다는 사실일겁니다. 유대인은 건들면 바로 움츠러듭니다."

스탈린은 마음을 누그러뜨렸고, 카가노비치는 아주 예민한 사람이랄수는 없었지만 이제 농담에 끼어들지 않아도 되었다.

이 일화 자체가 스탈린의 결백을 입증해주지는 않는다. 덧붙여야 할 것은 그가 1950년대 초에 다른 사람들에게 소련의 유대인에 대해 몹시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아마 스탈린은 결국 반유대주의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혹시 정치적 지지를 불러 모으려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했을수도 있다. 그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불가해한 인물이었다. 분명한 것은 스탈린의 생각을 하나의 차원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러시아 민족주의자로 보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생각을 추동하는 것은 반유대주의라고 보았다. 또 어떤 이들은 그에게 이념이 있었다면 그것은 현실정치가의 이념이었을 거라고 말했고, 이렇게 해석된 스탈린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스탈린, 로버트 서비스, 교양인.
855~857페이지.

덧글

  • 존다리안 2017/07/19 12:58 # 답글

    어떻게 라이벌 히틀러와 비슷한 점이 왜이리 많은지...
  • 전위대 2017/07/19 13:51 #

    이번 글은 그런 맥락이라곤 못하겠습니다만.
  • 파파라치 2017/07/19 13:05 # 답글

    그런데 스탈린은 유대인뿐 아니라 모든 소수민족에 대해 경계심을 품어서 딱히 반유대주의자라고 하기에는 좀...
  • 전위대 2017/07/19 13:51 #

    서비스도 그래서 말년에 그렇게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는 딱히 반유대주의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리죠. 당장 고려인 강제 이주까지 언급하니...
  • 까마귀옹 2017/07/19 14:59 # 답글

    개인적으로는 스탈린은 '모든 인종, 민족에게 공평하게 의심을 품고 잔혹하게 대했다'가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본문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만, 반공주의와 반유대주의의 관계가 그토록 끈끈할 줄은 몰랐습니다.)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07/19 15:30 # 답글

    스탈린을 이해하는건 불가능이네요.
  • 스카라드 2017/07/19 15:50 # 삭제 답글

    비로그인 이용자에게 블로그를 개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__)(__) 이오시프의 태도를 보고 유독 국내 한정으로 히브리인 특유의 거만함?? 때문이라는 황당한 헛소리를 서술하더군요. 대표적인 경우가 나무위키...(...) 제가 알기로는 출처는 어느 중학생의 블로그더군요.


    반 이스라엘 사상은 중세시대부터 서구권의 전매특허인데 볼셰비키의 수괴라고 해서 새삼스럽게 없거나 딱히 관심이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포스팅 주제와는 딱히 상관은 없지만 서구권에서는 가끔 불타오르다가 식어버릴 수준의 반 이스라엘 적대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요. 시오니즘 전범에 대해서는 까먹지 않고 비판하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이나 그외 주권국들이 악행 저지르는건에는 별말이 없어요.(--;)


    만에하나 이스라엘이 모세의 탈출 이후로도 계속 주권과 강산을 지키고 몽고만큼이나 광활한 영토를 장악한 정복자 놀이에서 대박을 쳤다면 그때는 나무위키계열 좌파에서는 이스라엘을 찬양하고 있을까요? 국내정서상 그럴리 없지만.



    ps. 전위대님의 모택동 비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냅니다. 시간나면 중국사 관련 포스팅 연재도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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