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에서의 히틀러의 군생활 2차 대전

1930년대 초반에 히틀러의 정적들이 연락병으로 근무하는 데 따르는 위험성을 폄하하고 히틀러를 농땡이꾼에 겁쟁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그의 군 생활을 헐뜯은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비난이다.

(...)

연대 안의 60명의 연락병 중에서 훈장을 받은 병사는 히틀러를 포함하여 네명밖에 없었다. 히틀러의 말마따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

어느 모로 보나 히틀러는 그저 성실하고 본분에 충실한 군인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투쟁 정신이 투철한 군인이었다.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 상사들은 히틀러를 높이 평가했다. 주로 연락병으로 이루어진 주변의 동료들은 히틀러를 얕보지 않았다. 히틀러가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때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히틀러를 퍽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머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히틀러는 악의 없는 장난의 표적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아가씨나 꼬드기러 갈까?"

하루는 전화 교환수가 슬쩍 던진 말에,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한다."

하고 히틀러가 끼어들자 사람들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역시 성인군자는 다르다니까."

누군가 한마디 하자 히틀러는 이렇게 되받았다.

"자네들은 독일인으로서 자존심도 없어?"

워낙 기인이라서 다른 사람들 속에서 튀었지만 동료들과는 대체로 잘 지냈다. 그들은 대부분 훗날 나치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옛날에 한솥밥을 먹고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지도자는 무시하지 않고 돈을 쥐어준다거나 말단 간부직에 앉힌다거나 하는 식으로 배려를 했다. 히틀러와 잘 지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전우들은 '아디'를 확실히 별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히틀러를 '예술가'라고 불렀다. 그리고 1915년 중반 이후로 히틀러가 (심지어 크리마스에도) 단 한통의 편지도 소포도 받지 못했고 술도 담배도 안했고 매음굴에 가는 데도 관심도 없었고 참호 안의 대피호 한구석에 몇시간이고 가만히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거나 책을 일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

히틀러가 유일하게 애착을 느낀 대상은 적진에서 길을 잃고 넘어온 폭슬이라는 화이트테리어개였다. 재주도 몇가지 가르쳐주었고 폭슬이 졸졸 따라다니고 또 임무를 마치고 오면 꼬리를 흔들면서 반겨주니까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전쟁 말기에 부대가 이동을 해야 하는데 폭슬이 눈에 안띄자 히틀러는 낙심했다.

"그 녀석을 낚아채 간 놈은 내 가슴에 못을 박았어."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히틀러는 그렇게 말했다.

(...)

히틀러는 동료들한테 정치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은 듯 하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를 별종으로 생각하는 동료들 앞에서 정치적 소신을 강하게 드러내기가 좀 거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 당시에 군인이었으므로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고 자기 입으로 말했지만 가까운 동료들한테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자주 밝혔다고 바로 모순되는 내용을 덧붙였다. 막스 아만은 1947년 뉘른베르크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히틀러는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동료들 앞에서 정치 이야기로 장광설을 늘어놓은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히틀러는 또 유대인 이야기도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히틀러와 같이 싸웠던 전우 중에서 여러 명이 히틀러는 기껏해야 당시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해서 흔히 하던 말을 무심코 입에 답았을 뿐이었지 1918년 이후로 표면화된 그런 극심한 적개심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고 1945년 이후에 증언했다.

히틀러 1권 의지(1889~1936), 이언 커쇼, 교양인.
158~163페이지.

3줄 요약.

1. 히틀러는 용감한 군인이었다.

2. 히틀러는 별종 취급을 받았으나 의외로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3. 히틀러는 뜻밖에도 정치나 유대인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잡상이나 미심쩍은 추가.

※ 히틀러와 전우들의 전후 관계에 대해서, 히틀러가 구트만을 핍박한 것 때문에 오히려 전우들과 사이가 안 좋아졌단 분석도 있다는데 이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할듯.

※ 인간 히틀러가 아닌 악마 히틀러를 그럴듯하게 표현해낸 히틀러 4부작 드라마에서 히틀러는 게거품을 무는 정신병자로만(적어도 본인에겐 그렇게 보임) 나오는데 여기선 폭슬로 보이는 개를 히틀러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며 참혹하게 학대하며 특유의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떠들다가 유대인 전우들에게 욕을 먹는 걸로 나온다. 김태권의 히틀러의 성공시대와는 다른 의미로 좋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본다. 애초에 극고증이 목적이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

※ 최근에 심각하게 아팠고 지금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글쓰니 좋군요.

덧글

  • 존다리안 2017/06/19 17:24 # 답글

    히틀러는 솔직히 유대인에게는 개인적으로 별 감정 없었을지도요.

    어쩌면 그게 무서울 수도 있는데 별로 원한을 가진 것도 아니고 껄끄러운 관계도
    아닌 상대를 욕하고 필요하다면 처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뭔가 미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전위대 2017/06/19 17:30 #

    커쇼의 견해에 따르면, 빈 시절까진 별 생각 없었다가 전후 바이마르 사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 위장효과 2017/06/19 18:50 # 답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겠죠. 한참 젊은 룸펜으로 지내던 시절의 비인 시장이 그 유명한 "칼 뤼거"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냥저냥한 정도의 반유대주의를 가진 보스의 방임하에 극도의 반유대주의로 무장한 부하들이 그 생지옥을 연 게 아닐까 싶더라는...
  • 전위대 2017/06/19 19:11 #

    나중에 칼 뤼거 류의 당시 유명 반유대주의자들은 전후에 자기에게 히틀러가 찾아오길래 쓴 잡지 과월호 줬다고 떠들기도 -ㅅ- 물론 구라로 추정.
  • Fedaykin 2017/06/19 19:14 # 답글

    여담이지만 히틀러의 성공시대 만화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실수있을까요?
  • 전위대 2017/06/19 19:15 #

    참고문헌만 빵빵하지 그 좋은 참고문헌 가져다가 뭔 짓을 하면 저따위 해석과 결론을 내리는지가 노이해죠. 뭐 십자군 이야기 때부터 그랬습니다만.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06/19 23:30 # 답글

    히틀러가 1차대전에서의 군생활이 좋았고, 그럭저럭한 삶을 살았네요.

    사람이 악마로 변하는 과정은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합니다.

  • 전위대 2017/06/21 09:06 #

    그렇습니다.
  • 뚱뚜둥 2017/06/20 10:21 # 답글

    히틀러가 연대의 연락병으로 있으면서 장교들에게 아부나 하는 인간이 아니었군요.
    영국에서 만든 1차대전 100주년 다큐를 봐도 연락병이 상당히 위험한 임무로 나와서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 전위대 2017/06/21 09:06 #

    한 몇년전에 히틀러 꿀보직 떡밥이 흥한 적이 있던게 기억나는군요.
  • 트릭스터 2017/06/20 12:31 # 답글

    성격이 정말 막장이었으면 한 나라를 그렇게 극단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 의문이 있었는데 이제 의문이 풀리는군요.

    한편으로 적에 대한 혐오와 비하적 표현을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그런 사상에 관해서는 경계를 하고 그름을 밝히는 것이 옳지만, 대면할 때 적을 어느정도 존중해주어야 방심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요.
  • 전위대 2017/06/21 09:07 #

    1.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2. 제가 경계하는 방법입니다. 요즘 만평들은 다 그런것 같아서 만평이란걸 안 본지 오래됐죠. 소위 갓뭐뭐 듣는 만평들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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